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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9회 백수문학상 수상자 발표

9회 백수문학상 수상자

수상자 : 손동연(광주광역시 북구)

작품명 : 심경心經

시상식 : 20241026() 오후3시 예정

시상식 장소 : 경북 김천시 백수문학관

 

수상작

 

심경心經

손동연

 

 

 

1. 구심求心*

찔레 열매

 

 

연비燃臂 뜰 적 핏방울이

어디로 갔나

했더니

 

찔레로 영글었구나,

새 헤맬

눈밭에…….

 

사리 알

맹그는 것보다

더 거룩한 저 보시布施!

 

 

* 구심求心 : 참된 마음을 찾음.

 

2. 단심丹心*

단풍

 

 

절집 없는

산에도

단청丹靑을 올리셨다.

 

하나

고스란히

대적광전大寂光殿 되는 순간!

 

,

,

!

죽비 치느니

딱따구리 한 게송偈頌.

 

 

* 단심丹心 : 결코 변치 않을 정성 어린 마음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3. 방하심放下心*

가을 산사에서

 

 

있다,

부도浮屠 앞에

부도不渡난 한 사내가

 

떨어진다,

그 사내의 어깨 위로

낙엽

 

내리지

못한 마음을

내려

놓으라는 듯이

 

 

* 방하심放下心 : 일체의 집착을 버리고 해탈하는 일. 또는 모든 집착을 일으키는 인연을 버리는 일.

 

 

 

 

 

4. 개심開心*

겨울 산문에서

 

 

산문이 눈발에 지워지고 있었다

 

지우는 눈발마저 저를 잊고 있었다

 

지경地境

경지境地가 되는

이 환한 찰나刹那!

 

 

* 개심開心 :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마음을 엶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5. 휴심休心*

잠자리

 

잠자리가 앉아 있다,

죽은 싸리

꼭대기에.

 

명상冥想을 하는 건지

입적入寂을 하신 건지

 

그마저

잊어버린 듯

이승 반 저승 반……

 

 

* 휴심休心 : 근심이나 불만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안히 가짐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6. 명심銘心*

비구

 

 

중보다

스님보다

비구比丘**가 더 좋습니다.

 

비구 비구 또 비구 그냥 비구 마냥 비구……

 

본디가

빌 공인 삶을

비구 살아 좋습니다.

 

 

* 명심銘心 : 어떤 일이나 말 따위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둠.

** 비구比丘 :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은 남자 승려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7. 자비심慈悲心*

배추

 

 

천불전千佛殿이 따로 없네,

밭에 나온

부처님들.

 

배추밭 배추들이 부도浮屠인 줄 알았더니

 

벌레들

맘껏 먹이려

속까지 내준 공양供養이라니!

 

 

* 자비심慈悲心 :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8. 세심洗心*

물소리

 

 

해탈하러 가는 건지

해탈하고 오는 건지

 

해탈교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여

 

해골 물

마신 원효도

도반道伴 되어 흐르는지

 

* 세심洗心 : 마음을 깨끗하게 씻음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9. 금강심金剛心*

마애불

 

 

돌 속에 숨은 부처 끄집어내 천 년을……,

 

부처가 다시 돌로 돌아가는 또 천 년을……,

 

해 뜨고

그냥 달 지듯

몇 겁을 한 찰나刹那처럼!

 

 

* 금강심金剛心 : 어떤 유혹에도 움직이지 않는 신앙심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10. 허심虛心*

염불의 본래면목

 

 

스님은 염불을 잊은 지 오래시네.

 

물소리,

바람 소리,

새소리,

풍경 소리……

 

자연의

맨 설법에다

그냥 귀를 맡기실 뿐.

 

 

* 허심虛心 : 마음에 아무 생각이나 거리낌이 없음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11. 관심觀心*

까치밥

 

 

부처님 오신 날에 연등이 내걸리듯

 

성탄절 가까운 날도 연등이 걸립디다.

 

철새의

언 발, 언 마음,

녹이시라는 저 소신공양燒身供養!

 

 

* 관심觀心 : 마음의 본성을 바르게 밝혀 살핌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12. 유심唯心*

싸락눈

 

 

단풍의

다비식茶毘式

다 파한 한참 후에

 

부처님

진신사리가

한 가마니 쏟아졌다.

 

마음 밖

그 어디메에

삼계三界가 있냐는 듯

 

 

* 유심唯心 : 마음은 만물의 본체로서, 오직 단 하나의 실재實在라는 화엄경의 중심 사상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13. 방심放心*

노스님

 

 

노스님은 법당 안 가고 툇마루에서 걸레질만.

 

노스님은 예불 안 보고 채마밭에서 호미질만.

 

면벽面壁

벽이나 할 일.

밥값은 스님도 할 일.

 

 

* 방심放心 : 마음을 다잡지 않고 놓아 버림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14. 무애심無碍心*

서별당에 누워

 

 

서별당**

섬돌 위에

흰 고무신이

놓여 있다.

 

동자승

낙서했는지

나이키가

그려진,

 

노을을

다비장茶毘葬 삼아

서천西天 길이

가볍겠다.

 

 

* 무애심無碍心 : 막히거나 거칠 것이 없는 마음 상태.

** 서별당西別堂 : 본채의 곁이나 뒤에 따로 떨어져 있는 집이나 방.

 

 

 

 

 

 

15. 일심一心*

백률사** 동백꽃

 

 

이차돈의 흰 피 같은

눈발 속에,

눈발 속에,

 

튀어나온 심장 같은

동백꽃이,

동백꽃이,

 

아직도

떨어집디다.

만다라曼陀羅***로 또 살아납디다.

 

 

* 일심一心 : 단 하나의 심성이라는 뜻으로, ‘진여眞如를 이름.

** 백률사 :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절. 이차돈 순교비가 있던 곳이다.

*** 만다라曼陀羅 : 불법의 모든 덕을 두루 갖춘 경지.